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쉰 잔...한 달째.

시골막걸리 2008. 3. 16. 00:50

 

창가에 걸려있는 말라 비틀어져 쪼글쪼글한 꽃다발, 축축한 벽에 삐딱하게 서있는

밀대자루,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며 선풍기에 구멍난 양말을

널고 있는 할매, 새벽 허기를 채우려고 사온 120원짜리 라면 여섯 봉다리,

전기버너 위에서 덤덤하게 눌러 앉아있는 코펫, 식당 밥알이 양심도 없이

밀려 올라오는 배수구, 깔끔하기만 한 다른 자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아무렇게나 던져논 약봉다리, 담배껍데기, 수저, 할배한테 얻은 사탕 몇 알,

재떨이 대신 줏어다 논 콜라 깡통들이 지들 편한대로 널려 있는 내 자리,

이틀걸러 똑같은 프로만 틀어제끼는 유선방송사의 영화, 테레비 소리에

무지 민감한 불면증 아저씨가 잠깐 비워놓은 옆자리, 청개구리가 작심한듯

마냥 퍼붓는 장대비, 그 속을 별 표정없이 내달리는 자동차들, 2주일째

갈지않아 꿰제제한 시트위에서 주사바늘에 골병든 궁디를 주무르고 있는 나...

 

제길, 저 넘의 물은 언제쯤 끓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