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고 싶은 설움이 감당하지 못함으로 북받쳐 오르는 것은 뒤로
제쳐두고서라도 너의 모습을 어두운 산길에 홀로 버려두고 온 것만
같은 내 답답한 떨림이, 지금 어줍지않게 깡통맥주를 수돗물인양
자꾸 들이켜대기 때문만은 아닐진데, 달려가는 어둠속에서도 간혹
창가에 비치는 너의 애잔한 눈웃음이 내 옷가지 여기저기에 배어버린
너와 함께 그만그만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끌썽이고 있다.
너와 내가 사랑했었다는 증명서는 그 어디에서도 발급해주지 않았다.
메스꺼운 여관의 쉰내나는 이불속에서도 너와 나의 가슴은 그냥그냥
행복했었는데.
"사는 날까지 사랑하라."는 골목 귀퉁이 한 주정뱅이가 던져주는 술주정은 우리에게
기도가 되었고 그로인해 스스로의 껍데기를 걷어차 버리게 했고, 차마
버리지 못해 바들거리던 평행선긋기를 겨우 그만두게 했다. 빈 지갑을
열어도 우울하지 않았고 불어터진 라면을 서로 먹여주면서도 마냥 감사했다.
내겐 니가, 네겐 내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기에.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너와 내가 사랑했다는 증명서는 그 어디에서도
발급해주지 않았다.
썩어 문드러진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마디도 채 하지못한, 너를 그리며
많은 이야기들을 하려 했던 내 일기장위에 한모금의 납빛 선혈이 끌끌거린다.
부서져라 끌어안아도 싸늘히 식어만 가던 너의 체온과 함께 절망의 바다속으로
날 익사시켜버렸다.
자꾸만 가라앉는다. 이제 쉬어도 되는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툭툭.
손끝에 뭔가가 와닿는다. 뭐냐 이건...
아하, 언젠가 보았던 그 주정뱅이의 빈 병이 날 보고 웃으며 아는 체를 한다.
귀찮아 대꾸를 접은 채 눈을 감아버리자 느닷없이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쉬 잠들기는 그른 것같아 주인 닮아 기관지를 앓는 턴테이블에 바늘을 올려
보지만 일엽편주가 되어 그렇게그렇게 떠다니며 기억 저편 술에 쩔은 외침을
서글프게 토하고 있다.
사는 날까지 사랑하라.
사는 날까지 사랑하라.
사는 날까지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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