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백스물한 잔...그러나 슬퍼하지 않는다

시골막걸리 2008. 11. 30. 02:51

 

닫혀진 열차 창 안 쪽
남루한 소매깃에 눈물을 떨구는 사람은,
그러나 슬퍼하지 않는다.
손을 흔들어 주던 간이역 외등의
기침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지 않아도
한 무리 젊은 군인들의 떠들썩한 노래가 눈을 쓸어주니
평행선 위에서 잠이 들어버린 사람은
더 이상
막연한 떠남에 슬퍼하지 않는다.


산골짜기 사이
빼앗긴 기다림을 짖는 들개의 스산함을
등지며, 수척해진 내 약속의 입술에
다시 한 잔을 권하며
집나간 여편네를 기다리다 그만
바위가 되어 버렸다는 말 같지도 않은
사공바위의 전설을 스치면서
침침한 등아래
거의 깎여버린 새끼손가락의 분홍빛
물을 마셔버리고 있다.


시종 담배연기를 매워하던
앞자리의 어린 여인은
차디찬 난간에 기댄 채
처연히 누구의 옷을 태우고, 나는 예정지가
찍혀있지 않은 꼬질꼬질한 열차표를
바람에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