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놓으면 추웁습니다
잔을 비워놓으면 추웁습니다
다시금 가슴에 눈만 큰 바람이 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바람을 마중나가진 않겠습니다.
생채기 투성이인 그를 마주하면
기를 쓰고 참았던 내 허세가 '털썩' 주저앉아 버릴겁니다.
그건 어릴 적 만국기가 나부끼던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다 팔꿈치를 깨먹은 분함과는
또 다른 분함으로 상기되어 나를 노려보는 그 눈망울이
민망해서입니다.
피곤합니다.
기울어진 문 틈으로
흐물거리며 기어드는 아픔의 멱살을
비틀어버릴 기력이 내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친구와 들른 선술집에서 기어이 졸도를 해버렸습니다.
손아귀에서 미끄러진 잔은 가루가 됩니다.
하늘로 감겨올라 흐릿한 별무리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연습 성좌'라고 이름을 달아 주었습니다.
별 점중에서 제법 안타까운 우리의 눈물을 마시는.
바람이 슬픔을 흔듭니다.
슬픔은 그를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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