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백 예순잔...안아줘라.

시골막걸리 2010. 6. 11. 01:44

 

시인이라는 글짓기 재주가 남다른 아저씨 아줌마들의 상투적인 말처럼

가심에 비가 나리는 사람들은 왠지 서러워보인다. 그들은 어제 우연히

이별의 공중돌려차기에 턱뼈가 풀석 내려 앉은 이들이다.

구멍 뚫린 자리를 메꿀라고 아무렇지 않은척 쇠주를 냅다 디립다 들이 부어보지만

헐어버린 구멍으로 줄줄 샐 뿐 취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는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젖먹은 힘까지 쥐어짜내 오기를 부려보지만, 글쎄 괜찮겠니...

 

서럽어 서럽어 가심의 일기예보가 몇달째 줄창 '비'인 사람들, 몇번씩 연습을 당해봐도

겪을 때마다 울음조차 못지르는 이 지랄맞은 이별이라는 명사의 탈을 뒤집어 쓴 억울한 동사...

 

훗날 그 이별이 울다 지쳐 돌아오는 그냥 그런 어느날, 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풀죽은 어깨를 꼬옥 안아주자. '어떻게 지냈느냐'느니 "어쩐 일 이냐?'느니 하는 시덥잖은

안부따위는 아예 건네지 말자. 노끈으로 동여매논 꽃무니 편지묶음도 꺼내지 말자.

미안하다는 말은, 용서하라는 말은 소줏잔 바닥에 꼭꼭 눌러놓아라. 사진을 꺼내지도,

7000원짜리 커피를 마시자고도 말자. 그냥 그냥 안아주자, 그 날은.

그나마 얄팍한 우리네 가심에 남아있는 것, 그 중 쓸만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직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