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일흔석 잔...영수증.

시골막걸리 2008. 3. 18. 13:57

 

어느 나라에 어느 부자 나리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죽고난 다음에 자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남기었는지 꼬옥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때 - 남들처럼 죽을때 - 가 되자 그도 역시 죽었다.

당연히 부자 나리를 모시고 갈 저승사자께서 입장.

...

"어이, 가자구."

"사자 나리, 저어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뭔 부탁? 야! 요새 상제영감에게 실적이 엉망이라고

욕을 배가 터지게 얻어 묵다보니, 잔업에다 철야로 

시달리느라 마누라 엉덩이 두드려 본 지가 언젠지

기억이 안나! 따라나와, 빨리!"

"사자 나리,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요. 지가 이 세상에

무얼 남기고 가는지 한 번만 보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아까 숨이 꼴딱 넘어갈 때도 그게 무지하게

궁금했다니까요."

"지랄...옛다."

부자는 연신 감사하다며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보관함을 열고는 고개를 디밀었다.

"......"

"......"

"......"

"다 봤지? 이제 가자구. 나 바뻐."

 

부자 나리는 사자나릴 따라 나섰다. 고개는 푹 떨군채로.

 

보관함 속에는 영수증이 가득찬 오동나무 관 하나가

엎어져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