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백 여든아홉 잔... 그러니까 그 해 가을은 ... 열일곱 해 전...

시골막걸리 2010. 9. 23. 02:47


그 해 가을은 뒤지게 취해 있었는기라.
진로 네 병을 채 다 비우도 몬하고, 산넘어 밸은 말똥말똥하이 우째 저마이나 밝은 지.


누군가가 말을 붙일 요량이믄 발러덩 자빠지가 뒹굴었따이가.
가슴에 앤기오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누군가를 밀어뿌기도 했고.
칙칙폭폭 달리고 달리는 잔을 마냥 같잖지도 않쿠로 쪽쪽거리고 안있었나.


'이모, 한 빙이 더 주이소.'
'일마야, 고마 묵자, 오늘만 날이가...'
'아따 자슥이, 쪼야 ! 따악 한 빙이만 더 묵자카이. 그라고 가믄 안되나.
 이모 ! 머하는교 ! 여 퍼뜩 안갖다주고.'


......
......


어떤 자슥이 내 어깨를 끼고 있더라꼬.


'일마가 누더라? 어데서 마이 본 넘인데? 어데서 봤더라?'


아하, 암만 눈알을 씻고 쳐다봐도 상판데기가 만만한 데라곤 잠자리 고추마이도 없는 글마는,
아는 넘들은 다 알고 모리는 넘들은 모리는 내 친구였는기라.
에이, 그 시키. 인상하고는...


'쪼야, 우리 쩌어기 가가 간딴하이 따악 한 잔만 더 하자.
 계산은 니가 단디 하고. 쩌서 따악 한 잔만, 오케이???'


짜슥이 웃고 있었다카이. 웃어봐야 그 면상이 머 짜다리 달라비지도 않는다마는...


그 해 가을은 어억수로 뒤지게 취해 있었따이가.
가자꼬 하도 지랄을 떨어싸서 포차에 개우개우 남기논 두 개의 채 다 몬비운 잔이,

업히 가민서도 얼매나 아깝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