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백 예순 닷잔...인연 ÷ 3.
시골막걸리
2010. 6. 11. 10:12
필연 - 그분이 흘리신 부스러기라도 얻어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안달나게 뵙고 싶던
사람들을 만나게되면 나름 힘주고 다니던 제 모가지를 연신 연자방아를 찧어대며
"어이구! 神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군요. 삼생의 영광입니다."
하루에 열번을 마주쳐도 고장난 녹음기 마냥 재생해댄다.
우연 - 마누라 계모임 때나 한번씩 보던 누구집 아저씨를, 시아버지 제사때 마다 봉투를 내미는
착한 동서나, 뭐 내 인생에 그다지 손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되면
"반가워요, 이런데서 다 보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짜장면보다 비싼 커피나 한 잔하자며 인사치레를 한다.
악연 - 잊을만 하면 전화와서 책팔아 달라는 국민학교 동창생 녀석이나, 나만 보면 지네집
경조사에 와서 접시 나르라던 서방놈 부장님 마누라나, 내게 게보린을 찾게 하는 그들을 만나게되면
'저 인간을 여기서 봐야되? 에이 띠바, 오늘 재수 옴 붙었네...'
뒤도 안돌아보고 왔던 길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빛의 속도로 되돌아 간다.
人間은 지들의 필요에 따라 인연을 3등분 할 줄아는 현명한 만물의 영장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