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일흔 잔...내는...있다.
시골막걸리
2008. 3. 18. 12:32
식은 구들장을 살리기위해 번개탄을 피우는 내는 식어있다.
열 번 여닫으면 여덟번은 제자리를 못찾는 문짝을 두드리며
끼우는 내는 발바닥 붙일 자리를 못찾고 있다.
나이값을 하려는듯 텃세를 부리는 꼬장꼬장한 자물쇠에
삐쳐있는 키를 내밀어보는 내는 닫혀있다.
삶이 너거를 속일지라도 그래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감언이설로 혹세무민하던 내는 저만치 나동그라져 있다.
어제 밤새도록 쳐마셔댄 술땜에 하루죙일 변소만 쫓아다니며
게워내는게 오늘 일과의 전부였던 내는 아까전부터 벌써 또
취해가 있다.
살 맞대고 사는 제 계집을 사흘들이 북어패듯이 패대는 옆집의
상판대기 한 번 마주친 적 없는 위대한 개자슥에게, 결국에는
제 팔자를 꺽꺽거리며 한탄하는 그 병신에게 삼가 명복을 빌며,
별 욕심없이 그냥 여자이기만 하면 데리고 살 수 있는, 그렇다고
여태 변변한 여자 하나 안 붙여주는 하늘에게 내 갈빗대를
내놓으라고 마냥 따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내는 이미 훌륭하다.
내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