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곰탱이라고 괜스리 놀렸었지요.
요모조모 어딜봐도 이쁘기만 한 당신을 곰팅이라고 만날때마다 약을 올린건 매번 나였지요.
그럴때마다 당신은 구김없이 입술만 삐쭉거리곤 했지요.
못먹는 소주를 이 소주쟁이 분위기 맞춰주려고 기어이 한 잔 마시기도 했지요.
발그레 해진 얼굴, 그 얼굴이 내게는 그저 하얀 모시 같았지요.
지 주량이 흔히 그 또래 여자애들 내숭떠는 말로 겨우 석 잔인지도 저 혼자만 몰랐던 곰팅이였지요.
여느때처럼 멈출줄 모르는 그 냇가에 대가릴 처박고 익사라도 할라치면
당신은 홍시처럼 벌개져 낑낑대면서도 결코 날 땅바닥에 내려놓질 않았지요.
내 어깨를 꼬옥 끌어안고 외면하지 않았던 그저 미련곰팅이였지요.
오랫동안 못 본 친구넘이 문득 그리워 무작정 시외버스 터미널로 일어서는데
저도 따라가겠다며 내 팔을 붙들고는 고집을 피워댔지요. '까불지 마' 라며
나섰지만 결국 회사 무단결근을 저지르고는 내 옆을 지키던 고집불통 곰팅이였지요.
그랬네요...
내게 당신은 곰팅이였지요...
어 ?
어 ??
어 !!!
저기 골목에 서있는 뒷모습... 당신 아닙니까?
불러야 하는데, 불러야 하는데...
곰팅아 ! 야, 곰팅아---
목이 터져라 불러야만 하는데, 당신을 난 부를 수가 없네요.
꼭 한 번만 불러보고 싶은데.
니 웃음이 <..> 희미해지는게 그저 이리도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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