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묵고... 오늘도 묵고...

소주 백열닷 잔...유리 인형

시골막걸리 2008. 11. 24. 02:34

 

그 옛날에는
푸석한 한 줌의 흙이었다.


神의 교만으로
흙은 원치 않던 숨 한줌을 얻었다.


神의 어줍잖은 장난으로
흙은 神을 배신한다. 아니
神이 흙을 버린 것이다.


두꺼비 몇 병과 멸치 대가리 한봉지로
흙은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웠다.


흙은 고걸
해진 낱말로 깁기로 했다
그와 닮은 그저 그런 흙들과 나누기 위해
한 잔의 따스함으로, 한 잔의 기다림으로...

그러나 神은
흙의 자그만 소망마저도
알량한 그의 자존심 때문에
꾸욱 짓밟아버렸다. 산산이...


흙은 인형이 되어버렸다.
기워가며 품고 있던 소망이
산산이 바스라진
차가운 유리 인형이 되어버렸다.